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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어록의 집결판, 신지행 33훈을 소개 합니다.


[
삼성 `신지행 33`]

 

"10년 앞보고 버릴건 버리고 시작할건 빨리 시작"

 

신지행 33훈 주요 내용

상품과 더불어 철학·문화 함께 팔아야

성과높은 직원, 사장보다 더 많이 보상

창의적 젊은 인재 육성·여성인력 활용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삼성 경영철학에서 본 위기 극복의 지혜' 자료에는 '잃어버린 3'이라는 표현이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특검 사태,이건희 전 회장 퇴진과 재판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그 동안 앓았던 홍역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은 이 자료에서 '위기의식' '미래 통찰' '변화 선도' 등을 키워드로 하는 '신지행(新知行) 33'을 글로벌 위상과 역량의 퇴조를 이겨나가기 위한 돌파구로 제시했다.

 

 

    ()를 기()로 바꾼다

 

신지행 33훈은 최고경영자의 첫 번째 덕목으로 위기의식을 꼽았다. 경영자의 역할은 '()를 기()로 바꾸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한편,삼성 내에 자발적인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최고경영자(CEO)의 조건에 위기의식을 명문화, 조직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이 주목된다. CEO와 임원은 5년,10년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체질 · 구조 · 사고방식을 모두 바꿔 변화를 선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업은 장기적 전망이 없으면 이익이 나도 버리고,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신수종 미래사업이라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도 강조됐다. '일등전략'이라는 단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단순히 1위가 되기 위한 일등전략이 아니라,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이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대목이다.

삼성의 신지행33훈

 

인사 관련 내용도 눈에 띈다. 성과에 따라 차등보상을 하되 사장보다 더 많이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 강조됐다. 5, 10년을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인재를 모시는 일이라는 삼성식 인재경영의 기본도 확인했다.

 

연구개발 영역에서는 '명품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모든 역량을 투입해 경쟁사보다 먼저 신제품을 상품화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1등은 가장 먼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더욱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원천기술 확보는 해당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와 먼저 합작을 시도하고,이것이 안되면 제휴를 한 뒤 그것도 안될 경우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철학과 문화를 파는 마케팅' 추진

 

글로벌 전략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과거 추구했던 '국제화'에 덧붙여 '현지화' '삼성화(三星化)'를 글로벌 경영의 새로운 키워드로 내놨다. 세계에 글로벌 삼성의 뿌리를 내리는 국제화가 필요하고 현지에 맞는 경영모델을 개발,정착시킴으로써 현지 사회와 공존공영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이를 뛰어넘어 현지인력을 삼성화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은 마케팅에서도 구체화된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과거 가치를 팔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철학과 문화를 파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삼성이 단순히 제대로 된 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거 이 전 회장이 말했던 "21세기는 결국 디자인과 소프트의 싸움"이라는 명제를 끌어내 디자인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일본을 따라잡고 따라오는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글로벌 전략 방향도 분명히했다. 기업 규모와 위상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인식과 전략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뉴삼성 21세기 신경영 로드맵

 

    '21세기 신경영은 창조경영'

 

기업문화 측면에서는 창의와 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관리의 삼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창조적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과거 신경영이 삼성 특유의 관리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톱다운' 방식으로 실행됐던 반면 앞으로는 '21세기 신경영은 창조경영'임을 강조, 조직 내 합리성뿐만 아니라 창의적 역량을 배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제도를 도입하고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한 데는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공동체의 개념도 새롭게 도입했다. 느슨해진 조직을 재결집하기 위해 삼성인으로서의 일체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갈등은 회사의 존폐 문제와 직결된다"며 앞으로도 노사 안정과 근로복지 향상에 역점을 둘 것임을 다짐했다. 사회공헌은 일회적 사회공헌이 아니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1993년 공표한 신경영지침 33가지를 통해 조기 출근 · 조기 퇴근을 골자로 하는 7 · 4제와 전사원의 홍보 요원화,권위주의 타파 등의 과제와 함께 삼성인이 지켜야 할 윤리규정을 명기한 삼성헌법 등을 내놨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출처 : 한경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