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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IMF금융위기 이후 CFO(Chief Financial Officer)라는 직책을 부여하고 있는 회사가 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최고재무책임자라는 뜻이겠는데 종래 같으면 재무ㆍ경리담당 임원 정도로 불렀을 것이다. 이들 회사들이 구태여 CFO라는 직책을 부여하고 있는 데는 직접금융중심의 기업금융구조와 주주중시경영제도 도입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기업 내에서 CFO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CFO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CFO의 역할도 처음에는 예산관리, 재무보고서 작성, 자금조달 및 운용과 같은 경리 재무상의 업무에 한정되어 있던 것이 `기업가치의 증대' 를 목표로 회사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로 바뀌어 왔다. 회사 내 서열도 두 번째나 세 번째인 경우가 많으며 직함의 명칭도 기업전략 및 재무담당부사장과 같은 명칭으로 바뀌었다. 사업전략과 재무전략을 긴밀하게 연계시켜 기업가치를 창조하고 기업의 장래비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 CFO의 역할로 자리잡은 것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우수한 CFO를 고액연봉 조건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많다. CFO의 수완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과 회사채의 신용 등급에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 CFO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 : 최고경영자)의 등용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CEO의 출신부문 조사를 한 자료들을 보면 재무부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영업ㆍ마케팅 부문, 기술ㆍ엔지니어 출신 등의 순으로 되어있다. 미국에서 CFO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게 된 것은 직접금융중심의 금융구조와 관련이 있다. CEO는 경영의 목표를 주주이익의 추구와 주가의 상승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경영진은 투자가와 애널리스트의 요구에 부응하여 철저하게 주주이익중심의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은 많은 시간을 `투자가와의 대화'에 할애하여 자기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주 중시 또는 주가 중시 경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일을 주도하는 것이 CFO의 역할인 것이다.

이상과 같은 미국기업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CFO의 역할을 중시하는 기업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IMF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기업금융도 직접금융중심의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직접금융 특히 주식발행을 통해 기업 성장을 추구하려 한다면 투자가 중시, 주가 중시의 경영을 하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CFO의 마음가짐이다. 종래의 경리담당 임원이 해오던 것처럼 경리장부나 정리하고 은행에서 자금이나 차입해 오는 것만으로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고재무책임자라는 직책에 맞게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사내의 경영 개혁에도 명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CFO는 우선 재무, 경리, 자본시장에 대한 폭 넓은 지식과 회사의 경영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금융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유용한 경영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경영에 투자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기업과 주주 그리고 기타 투자관계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 CEO에게 수시로 제안을 하고 때로는 고언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CEO 또한 CFO에게 제대로 된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CFO의 역할을 자금이나 조달해오고 주가관리를 위해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을 쫓아다니는 일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CEO가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유능한 CFO를 등용하는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 기사입력 2008.12.04 08:04
[ 출처 ]디지털타임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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