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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 리뷰에 올려진 '구매혁신'에 대한 아주 가치 있는 자료를 발견하여 이렇게 올립니다.
'돈 쓰던' 구매 부서가 오히려 '돈 벌어주네'

기업의 경쟁력 좌우할 구매부서의 혁신에 주목하라
 

지금까지 구매 부서들의 고민은 단순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싼 값에 보다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까?’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구매부서는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에 ‘돈을 벌어주는’ 부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Apple)이나 삼성 같은 일류 기업들은 다른 회사에서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구매부서에서 기업혁신의 기반을 찾고 있다. 이들 회사는 구매부서에 어떤 역할을 맡긴 것일까? 2007년 10월호 맥킨지 쿼털리(Mckinsey Quarterly)에 실린 ‘21세기 구매 부서의 창조(Inventing the 21st-century purchasing organization)’에서 구매부서의 새로운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편집자주)

일반적으로 구매부서의 역할은 저렴하게 원재료를 구입하는 것에 한정되고는 했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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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전사적인 전략에 대한 관심이 낮고 다른 부서와의 교류나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매부서의 역할을 속되게 ‘그저 계산기 차고 앉아 가격 깎는 일’이라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들은 낮은 가격을 흥정한 것에 만족해야 할까? 아니다. 성과가 높은 기업에서 구매부서는 이보다 훨씬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사례1.
한 레스토랑의 구매 담당자는 판촉 담당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구매 담당자는 판매 담당자에게 새우를 소고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었다. 판매 담당자는 이 정보에 따라 메뉴판을 바꿨다. 새우요리가 소고기요리보다 눈에 잘 띄도록 배치하고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새우요리를 더 많이 권하도록 교육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원가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구매부서로부터 얻은 정보 덕분이었다.
사례2.
애플(Apple)사의 MP3 재생기인 아이-팟(I-pod)의 개발 과정에서도 구매부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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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관여했다. 하드웨어 기술자였던 토니 파델(Tony Fadell)은 필립스(Philips)를 그만 두고 혼자 독립할 생각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업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스티브 잡스(Steve Jobs)에게 아이-팟 개발의 기초가 되는 설계도를 제공했다. 토니의 설계도가 마음에 든 스티브 잡스는 서른 명 가량의 개발팀을 구성해서 1년이 채 못 되는 기간 안에 제품을 완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매킨토시를 만들던 시절의 스티브 잡스는 워낙 외부 기술을 불신한 탓에 모든 것을 애플 내부에서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팟의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도록 핵심 컨셉과 디자인만 내부에서 결정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외부 공급업체의 도움을 얻거나, 기술을 사들이는 방법을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구매부서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여러 공급업체들의 가격 및 기술력 등을 비교 평가해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아이-팟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도록 도왔다. 드디어 애플은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최고 히트작인 아이-팟을 만들어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들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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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얼마나 좋은 부품을 공급받는가?’가 자동차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구매부서를 중시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현대•기아자동차의 구매총괄본부는 조직 전략을 실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조직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한 대표적인 엘리트 코스가 되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구매총괄본부의 노력으로 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차체의 무게를 20%나 줄이고 연비를 높였다고.
 
일찌감치 ‘구매의 예술화’를 주창한 삼성전자 역시 구매 혁신의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첨단 구매 기법은 경쟁사와 1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구매 선진화 그룹’을 발족해서 각종 구매 정보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공급업체에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구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좋은 공급처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구매부서를 조직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의 구매 부서는 원재료 공급업체에서부터 고객까지 이르는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을 쓴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물론 고객과 공급업체도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이렇게 구매부서의 혁신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구매부서의 혁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구매부서의 탈바꿈,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구매 부서, 이렇게 확 바꾸자

  1.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하라
구매부서를 재정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능력 있는 구매담당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맥킨지 쿼털리의 조사에 따르면, 구매 활동의 성공 여부는 구매 담당자의 능력에 좌우된다. 성과가 높은 기업들은 기업의 비용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기업의 전반적인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구매담당자로 임명한다. 특히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좋다.
 
구매담당자들에게는 구매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영 전반에 관한 배경지식이 동시에 요구된다. 예를 들면, 성과가 좋은 기업의 90%가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구매 담당자를 활용한다. 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급업체가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제안할 수 있다. 구매담당자는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지속적인 재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품질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공급업체에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구매 담당자의 채용에서부터 관리, 평가에 이르는 과정을 꼼꼼히 점검한다. 과거에 구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뛰어난 구매 담당자들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던 회사들은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를 구매 담당자로 채용한 이후에는 체계적인 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앙 구매부서의 능력 부족이 문제가 된 한 회사는 2년 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엄격한 평가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구매자의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 구매 담당자가 갖춰야 할 필수적 덕목은 뚜렷한 목표와 추진력, 구매 과정을 기업의 전략 차원에서 운용하는 능력 등을 들 수 있다.
 
 2. 구매부서의 역할을 확장시켜라
구매부서는 기존의 제한적인 역할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크게 기업 외적인 측면과 내적인 측면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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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구매부서는 기업 외부의 정보를 기업 내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즉 시장에서 얻은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이 정보가 회사의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매부서는 가격의 변동에 가장 민감한 부서이다. 제조 회사에서 부품의 단가가 상승했을 때 가장 먼저 이 정보를 접하게 되는 부서는 구매부서이며 항공사에서 유가가 변동했을 때 가장 먼저 이를 접하는 부서 역시 구매 부서다. 구매부서가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회사는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초부서적인 팀(cross-functional team)을 조직하면 더 신속하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
 
초부서적인 팀은 재무, 회계, 마케팅, 생산, 기획 등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렇게 조직된 팀은 시장 분석과 공급 전략, 고객들의 요구사항 파악, 수익성 분석 등을 통한 주력 상품의 결정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킨지 쿼털리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80%의 선도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 구매담당자를 참여시켰으며, 90%의 선도기업이 구매담당자, 판촉부서장, 마케팅부서장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혁신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매 담당자는 아웃 소싱(outsorcing: 외부조달)을 고려하는 등 기업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구매부서는 기업 내부의 장기적 혁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가격 깎는 일’에 집중하는 기존의 단기적 시각보다는 ‘지속적인 비용 절감’이라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전사적인 전략과 연계시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도요타(Toyota)와 혼다(Honda)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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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의 노력이 잘 드러난다. 이 기업들은 공급업체를 장기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고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이들 기업의 구매부서는 공급업체의 문제점을 들어주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들에게 전문 지식을 교육하기도 하고, 생산 라인의 개선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즉, 구매부서가 공급업체와 기업의 중간에서 중개자 및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매부서는 공급업체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이끌어 준다. 이런 노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부품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략의 한 복판에 구매부서를 놓아라
아직까지 소수의 기업만이 구매부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매부서의 역할이 확대되면 기업은 전략 수립과 운영에 있어 좋은 원동력을 얻게 된다. 구매부서는 우선적으로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던 소극적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는 구매부서가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즉, 원가 절감을 위해 전사 차원의 혁신을 주도하는 영역으로 역할이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구매부서는 초 부서적인 팀의 조직 등을 통해 다른 부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구매부서가 기업의 전략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운영되어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최범근 IGM 연구원research@igm.or.kr

출처 : 글로벌 스탠다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