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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시장 환경, CMO가 진화해야 '기업이 산다'

시장은 새로운 CMO의 역할을 요구한다.

요즘 기업 내에서 가장 ‘명 짧은 직위’는 무엇일까?
바로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Chief Marketing Officer)이다. CMO의 평균 수명은 26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4분기에 세계적인 기업 홈 데포(Home Depot)와 마이 스페이스(MySpace) 등의 쟁쟁한 CMO들도 짧은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다.

인터넷의 발달과 소비자 구매 방식의 변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미디어 등의 환경 변화를 따라잡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마케팅 책임자에게 거는 주위의 기대는 높기만 하다. UCC, 블로그, 웹 2.0, 이머징 마켓… 불과 5년 전만 해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새로운 고민거리들로 지금의 CMO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시대에 맞는 CMO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이 바뀌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더 나아가 마케팅 부서의 역할은 어떻게 확대되어야 할까? 2007년 8월 맥킨지 쿼털리(McKinsey Quarterly)에 실린 ‘진화하는 CMO의 역할(The evolving role of the CMO)’ 이 던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자.(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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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홍보책임자(Chief Communication Officer, CC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기술책임자(CTO)…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 ‘C레벨 경영진’ 들. 그런데 이들 중 가장 먼저 잘릴 가능성이 큰 경영진은 누굴까? 바로 최고마케팅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이하 CMO)이다. CMO의 평균 수명은 26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4분기에 홈 데포(Home Depot)와 마이 스페이스(MySpace) 등의 쟁쟁한 CMO들도 짧은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CMO의 업무가 급격해 복잡하고 어려워진 탓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마케터들은 속출하는 새로운 미디어에 어리둥절하고, 넘치는 정보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영리해 지는데, 눈에 띄는 매출 증가는 없으니 CEO들의 참을성이 쉽게 바닥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모르고 CMO들이 바로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고 델(Dell)의 CMO인 마크 자비스(Mark Jarvis)는 말했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CMO들을 괴롭게 하는 것일까?
 
거센 변화의 바람에 몸을 실어라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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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전자제품에서 금융상품, 건강관련 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구하고 무엇을 살 지 결정한다. 절반 이상의 미국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살 때 인터넷 사전 조사를 통해 선택할 제품의 폭을 좁힌 후에 매장을 찾는다. 보험 제품의 경우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판매원과 상담하기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이 비율은 8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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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면 곧바로 부정적인 사용후기가 올라온다. 글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직접 제작한 사용자제작컨텐츠(user created contents, UCC)가 올라오고, 인터넷에서의 정보수집이 보편화되면서 이들의 파급력은 엄청나졌다. 광고와 같은 일방적인 메시지에 지친 소비자들은 사용자의 경험이 묻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UCC에 보다 주목하게 된다.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용자의 시각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하지만, 기업에게는 큰 위기를 부르는 요소일 수 있다. 기업과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소비자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퍼뜨릴 경우, 기업은 공들여 쌓은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UCC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홍보활동에 악몽 같은 존재가 될 위험도 있다.
 
UCC와 마찬가지로 마케터들을 가장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TV나 신문, 잡지 등 전통 매체들을 위협하는 뉴미디어들이다. 이들을 활용해야 하지만 활용한다고 제대로 홍보가 되고 있는지 미지수이다. 따라서 마케팅 비용이 분산되고, 심한 경우 제품 가격의 상승을 초래해서 소비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해야 한다.
또 글로벌한 매출 성장을 꿈꾸는 기업들은 신흥시장의 여건과 그곳의 소비자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과거 마케팅 활동이 주로 집중되었던 선진국 시장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원하는 마케터들은 기존에 상대하던 소비자들보다 훨씬 적은 소득으로 살아가는 신흥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들을 파악함으로써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CMO, 더 늘어난 일.일.일!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CMO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CMO의 역할은 훨씬 간단했다. “내가 일했던 기업들 중 70% 정도가 언제 CMO가 필요한지,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할 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한 마케팅 분야 전문 헤드헌터(Headhunter)의 말이다. 광고 대행사인 맥키니(McKinney)에서 일하다 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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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의 CMO로 들어갔던 제프 존스(Jeff Jones)는 갭으로 옮기기 전 5달 동안 22군데의 CMO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단 한군데도 그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명쾌히 말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CMO의 역할은 예전보다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브랜드 구축과 광고, 시장 조사 등 기존의 활동 외에 소비자들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 전반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명성을 관리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또 유통 및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양해지고 시장과 소비자 욕구가 양극화되면서 발생하는 복잡성(complexity)을 해결하는 일, 부서간의 협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기업 전반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일 등을 담당해야 한다.
 
온라인을 폭넓게 활용하라
온라인에서 정보를 구하고 구매하는 것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결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바꾸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들의 경우, 의사의 처방과 추천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고 했던 기존의 마케팅 활동을 재고해봐야 한다. 소비자들이 의사의 추천보다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실제 약 복용자들의 이야기를 점점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제 변화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과 온라인에 기반한 판매 채널을 보다 정교하게 조합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마케팅 활동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소비자의 목소리와 변화하는 구매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결과를 기업의 모든 마케팅 활동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반영하는 기업들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 과정에서 CMO는 기업 전체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만 한다. 렉서스의 마케팅 부사장인 데보라 메이어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온라인 가상 현실세계인 세컨드라이프(SecondLife)에 제품을 출시했다. 그 결과 렉서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디자인과 신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양한 미디어를 관리하라
기업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외부인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블로그(blog)나 채팅(chat rooms)과 같은 사회 관계형 미디어(social networking media)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들로부터 생겨나는 마케팅 기회를 포착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는 전략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신문과 방송 광고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일관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특히 UCC를 통해 퍼지는 브랜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은 점점 늘어나는 광고를 관리 해야 하고 각종 메시지들을 통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마케팅의 경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따라서 지출의 효율성을 비교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데이터 관리 기술 등의 분석력이 필요하다.
 
상황이 복잡해도 중심은 CMO가 잡아라
더 많아진 진출 지역, 다양해진 소비자군과 미디어, 유통채널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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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기업과 CMO의 가장 큰 숙제는 복잡성(complexity)을 다루는 것이다. 간단한 문제처럼 보여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수 십 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가격을 생각해보자. 가격 결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다양한 지역에 유통망을 가진 기업들은 수많은 고객군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재를 다루는 한 일류 기업은 모든 고객 접점 별로 한 해에만 2천만 개 정도의 개별 가격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와 같은 복잡성을 다루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종 가격 결정권을 브랜드 매니저나 지역 관리자들에게 준다. 그리고 최소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에서 판단의 근거자료와 가격 결정의 기본 방침을 제공한다.    
 
복잡성을 다루는데 있어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지역 차원과 글로벌 차원의 브랜드 일관성 문제다. 기업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MO가 중심을 잡아 줄 필요가 있다. 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한 기업은 다양한 브랜드의 배터리를 여러 유통망을 통해 팔고 있다. 이 기업의 CMO는 실시간으로 지역별, 유통망별로 평균 및 최저가를 조사하고 이들을 조정해서 적절한 가격 차별화를 하고 있다.
 
CEO들이여 고민하라, 'CMO를 어떻게 밀어줘야 하나?'
CMO는 내일의 고객과 향후의 마케팅 과제들을 다룬다. 이는 CEO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CEO는 CMO를 돕기 위해 다음의 3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소비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CMO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다양한 고객군의 요구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어떤 소비자가 블로그에 무슨 글을 게시하는지, 고객들의 구매 결정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EO 스스로도 기술의 진보로 인해 3년간 어떤 변화가 생겨났는지 통찰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CEO는 또 CMO와 더불어 소비자에 대한 의견 교환을 많이 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소비자와 관련한 이슈를 직접 챙기는 노력도 해야 한다. 카지노 기업인 하라스(Harrah’s)의 사장인 게리 러브맨(Gary Loveman)은 소비자 충성도 확보 전략을 통해 수익을 5배나 늘렸다. 그는 마케팅 부서를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들로 충원하고 고객의 행동을 데이터 베이스화 해서 이를 고객별 마케팅 및 투자결정에 이용하도록 했다. 이처럼 CEO가 고객관계관리(CRM)에 깊이 관여하면서 하라스의 수익은 급증했다.
 
둘째, CMO와 다른 부서들과의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한다. CMO와 다른 부서장들간에 적절한 연결고리가 없다면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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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장들끼리 논의해야 하는 기업 차원의 프로젝트도 마케팅 부서 내에서 해결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마케팅 부서의 간부를 다른 부서에 순환근무 시키거나 미래의 총지배인(general manager)을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부서간의 장벽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케팅 마인드를 전 조직에 불어넣을 수 있다.
 
셋째, CMO를 위해 같이 고민하는 파트너가 되라. 각종 새로운 마케팅 기법의 사용과 전문성 구축, 지리적 분권화(geographic decentralization)와 같이 많은 변화들이 미래의 마케팅 부서에 필요할 것이다. 직접적인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CEO라 하더라도 이런  전사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CMO보다 더 경험이 풍부할 수 있다. 따라서 CEO는 CMO의 매우 훌륭한 조언자이자 동료가 될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마케팅과 CMO의 역할은 더욱 큰 변화의 바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CMO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에 대비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윤혜임 IGM 연구원 hiyoon@igm.or.kr


출처 : 글로벌 스텐다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