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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지금 구매혁신 어떻게 하나  

-글로벌 비즈 트랜드

-글로벌 기업 구매혁신으로 원자재


지난해부터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 입장에서는 심각한 원가 인상 압박요이된다.원가 인상 요인을 줄이기 위해 요즘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구매 혁신(Cost Cut)'이다.
제조업체의 경우 원가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구매 비용을 낮추는 만큼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기업들의 구매혁신 사례를 통해 한국형 구매혁신 모델을 찾아보는 노력이 절실하다.


1.노키아, 모듈방식으로 개발원가 30% 줄여

노키아는 주요 휴대폰 업체 가운데 가장 싼 휴대폰을 팔면서도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는 기업이다. 비결은 원가를 중시하는 구매 전략에 있다.
노키아의 휴대폰 조립공정을 보면 수백 개의 작은 부품이 한데 모여 큰 단위의 부품인 '모듈(module)' 방식으로 설계된다. 작은 부품들을 모아 모듈을 만드는 것은 외주로 해결하고, 노키아는 모듈만 모아 최종 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새 모델을 개발할 때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공정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한다. 노키아 휴대전화 제품들은 S30, 40, 60, 80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같은 차체로 여러 모델을 만드는 자동차회사처럼 기반이 되는 휴대전화의 플랫폼을 통일하고 여기에 다른 부가기능을 붙여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표준화된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델 개발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또 기본 기술은 같지만 모양이나 기능이 다른 신제품들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S60 플랫폼으로는 44개 기종으로 7억대의 제품이 만들어졌다.
노키아의 방식은 설계를 개별적으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2006년 말 기기 판매의 12%였던 기기당 연구개발(R&D) 비용은 8%대로 떨어졌다. 제품 개발 사이클은 기존 공정에 비해 20%, 판매가 대비 제품 개발 원가는 30%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노키아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해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품의 재사용을 최적화시킨다. 특히 규모의 경제로 구매, 유통, 운영 원가에서 이득을 얻는다. 판매되는 기기가 많을수록 부품표준화를 통해 공급 사슬을 따라 조달되는 부품 수는 점점 줄어든다.



2. 다우케미컬, 구매 네트워크를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은 지난해 4월 영업과 마케팅에서 성과를 인정받던 핵심 인재를 부사장급의 최고구매책임자(CPO) 자리에 앉혔다. 그의 밑에서 전 세계 구매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만 8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세계 170여 개 국가에 나가 있는 구매 네트워크를 통해 저렴하고 품질 높은 원자재를 찾는 데 각자의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우케미컬은 90년대 중반부터 그룹 차원의 구매전략을 세웠다. 이 회사가 원자재 구입 등으로 지출하는 돈은 매년 150억달러로 연매출의 35%를 차지한다. 구매분야 지출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우케미컬의 수익에 큰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 일본 자동차업계, 구매혁신 바람
일본 자동차업계는 일찌감치 구매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을 체질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도요타는 구매 부문 전문가를 사장에 앉히는 등 일반적인 기업들과는 달리 구매를 전략적으로 중요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만년 적자에 시달렸던 닛산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구매 혁신을 통해 가능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닛산의 구매혁신이 일본 전자업체에도 영향을 줘 업계에 일대 구매혁신 바람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4. NEC, 부품공급사 절반줄여 경쟁력 향상
NEC가 2001년 자사의 3000여 공급사를 절반으로 줄인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소니가 4700여 공급사를 1000여 사로 줄이겠다는 신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캐논이 5700여 부품업체를 3000여 곳으로 줄였으며 마쓰시타는 3000여 공급업체 수를 2000여 사로 줄이는 계획을 단행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는 공급사를 집약하거나 혹은 우수한 업체 위주로 정예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공통된 목표가 깔려 있다.




5. 구매가 더욱 중요해진 기업 환경
한 기업에서 구매가 매출의 5%를 차지한다고 치자.그런데 구매과정에서 낭비요소를 제거해 5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면 이는 10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를 창출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비용절감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든 기업이 똑같지는 않지만 구매 프로세스는 기업이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은 일상적인 생활용품이 되면서 일반적으로 판매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격 하락, 즉 판매가격 하락은 업계에는 채산성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제품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나빠지게 된다.
가격 인하 압박을 견디려면 유연한 원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전자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게 돼 있다. 노키아는 판매가격 하강 곡선에 맞춰 원가도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유연하게 낮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원가 곡선은 대부분 계단형 모습을 그리며 낮아진다. 원가 하락 압력에 대한 반응이 그만큼 느리다는 얘기다.




6. 총소유비용에서 원가 줄일 여지 찾아야
기업, 특히 제조기업의 가치흐름은 대개 R&D, 기획, 구매, 제조, 생산, 물류, 서비스 등으로 진행된다. 이런 가치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무엇일까.
브랜드의 중요성으로 본다면 디자인이나 서비스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 본다면 구매 단계가 가장 핵심이다. 특히 전체 매출 원가의 60%를 구매가 차지하고 있으며 좀 더 확장하면 구매에 따른 물류와 R&D(인건비 포함) 등의 공급사슬 관리부분이 기업 활동 원가의 90%에 달한다. 당연히 비용절감을 얘기하려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매 비용을 줄이려면 구매를 발생하게 하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많은 기업이 간과하고 있는 대목이다. 노키아를 비롯해 많은 선진 기업은 모듈 조립방식을 택하거나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아웃소싱을 활용한다. 이는 첨단 기술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구매원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검토의 결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설계에서 제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해 제품 한 대당 투입되는 전체 비용 개념인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의 관점에서 원가를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아웃소싱을 해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조달되고 있는지, 신제품 출시기간은 단축되고 있는지, 협력업체의 원가구조는 합리적으로 설계돼 있는지 등 제품이 만들어지고 팔리는 모든 영역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