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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Show)가 아니라면, 열심히 업무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이 있다면 그 만큼 성과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절대 쇼를 하지 않으며 열심히 헐레벌떡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는데도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면, 뭔가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문제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래의 글에서는 '조직의 복잡성'이라고 지적한다.
조직의 복잡성의 원인으로는 '제품(서비스)', 조직, 프로세스'의 세가지 부분에서 기인한다는 지적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조직의 복잡성이라는 문제에 대한 기대에 비해 시원한 해결책을 제대로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1. 조직과 제품의 슬림화 노력  
2. 복잡성 위험에 대한 구성원간의 공감
3. 징후 확인
4. 때론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한 복잡성 극복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복잡성이 심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켜켜이 쌓인 조직 복잡성, 기업 좀먹는다

제품 복잡성보다 잘 안보이고 알면서도 방치하기 일쑤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우리 기업의 CEO부터 일선 직원까지 조직도를 그릴 수 있는가? 최종 제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프로세스를 도식화 할 수 있는가? 글로벌 기업의 임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왓튼비즈니스스쿨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단 28%의 응답자만 이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응답자의 대부분이 그린 조직도와 도식화된 프로세스 마저도 같은 기업의 임원 및 직원들이 그린 것과는 상이했다는 점이다. 복잡성이 기업에 깊숙이 침투하면 조직구조와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제품 및 서비스의 복잡성에 비해 인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서서히 우리 기업을 썩게 만드는 숨은 복잡성, 어떻게 찾아서 해결할 것인가? (편집자 주)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 내 복잡성의 도래와 그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듣고 온 오상무. 교육을 듣고 생각해 보니 복잡성의 문제, 이거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매출은 느는데 영업 이익률은 정체 상태인 것도 그렇고, 직원들은 늘 열심히 뭔가 하는데 생각만큼 생산성은 안 나오는 것도 그렇고. 복잡성의 덫에 빠진 조직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이 이미 오상무의 회사에도 산재해 있었다.

어서 이 위험을 알려 해결책을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한 오상무는 마침 다음주로 잡힌 임원 월례회의에 이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다. 오상무는 세미나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우리 기업의 복잡성 현황과 위기상황에 대해 발표를 마친 후, 임원들에게서 자신이 느꼈던 것과 같은 문제 의식과 그에 따른 활발한 토론을 기대했다.

그러나 발표를 마친 오상무 앞에 앉은 스무 명 남짓의 임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나눠준 자료만 바라보고 있을 뿐, 도통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회장님께서만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며 다음 시간에 이를 토대로 우리 기업이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심도 깊게 논의해보자고 하실 뿐이었다.

자신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조용한 임원들의 반응에 의아한 오상무는 회의실 문을 나서자마자 자신과 절친한 마케팅 부서의 최상무를 붙들었다. “도대체 임원들 반응이 다들 왜 이래? 내가 발표 중에 뭐 잘못 말했나?”라고 묻는 오상무의 말에 한숨과 함께 들려온 최상무의 불만 섞인 답변은 오상무가 전혀 의도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자네, 지금 누구 밥그릇 뺏으려고 이러는 건가?”


우리 기업의 복잡성 위기, 알면서도 당한다!
베인앤컴퍼니 보스턴 지사의 대럴 릭비 대표는 2010년 초 발표한 ‘불황기에 승리하려면(Winning in Turbulence)’이라는 책에서 ‘복잡성 관리(Complexity Management)’를 성공적인 불황기 돌파를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꼽았다.

대럴 릭비(Darrel Rigby)
그의 논리에 따르면 기업의 복잡성은 크게 ‘제품(서비스), 조직, 프로세스’의 세 가지 부분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서로 분리된 내용이 아닌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많은 경우 제품 복잡성이 조직과 프로세스의 복잡성을 낳기 때문에, 대개 제품 복잡성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복잡성 문제는 함께 해결되기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면 이를 관리하는 부서가 생기고, 그에 따른 기타 프로세스 또한 늘어나는 것이 기업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품 및 서비스의 복잡성을 해결하면 대부분의 조직 내 복잡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니, 기업의 전체 비전•미션과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차별화 되지 못함으로 인해 투자되는 비용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제품 및 서비스 분야를 찾아내 이를 접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오상무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이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그에 따라 사업부를 세워 각종 프로세스를 덧붙일 때에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제품부터 조직까지 이것저것 다 늘어나는 것이 무척이나 당연하고 또 그 같은 외형적 확장이 자랑스럽게까지 느껴지므로 모든 기업이 기꺼이 이를 수행한다.

반면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것은 그와 관계된 사업부와 그 생산 과정에 있던 프로세스 또한 모두 맞물려 없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해당 사업부와 프로세스에 관계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났을 터, 아무리 독자적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경영자라 할 지라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건드리기 난감해 방치해둔 복잡성 문제가 쌓이게 되면?
알면서도 지나쳐버린 복잡성 문제는 결국 ‘조직의 군살’로 이어지게 되고, 이것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건비 부담 문제다. 2009년 중소기업청이 500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2%는 늘어나는 인건비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매출은 해마다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조직이 커지면 인건비 자체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커진 조직 내에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관리비용의 부담이 훨씬 더 늘어난다는 것을 많은 경영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M&A 했다고 평가 받았으나 1~2년 사이 난항을 겪고 돌아선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수•합병한 회사의 조직구성원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갈등이 큰 이유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 복잡성 문제가 심화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구성원들의 역할 분담이 지나치게 세분화 되거나 혹은 모호해지게 되고, 이는 필연적인 업무 중첩과 불분명한 책임 소재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에 특정 사건이 발생한 후 그를 해결하는 것 보다 그것의 책임자나 원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경험이 있다면, 이미 복잡성의 덫에 빠져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 제품과 서비스의 복잡성을 해결해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조직과 프로세스 내의 복잡성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복잡성 다이어트는 필수, 단 불필요한 군살만 빼라!

<조직원 모두가 함께>
웅진그룹의 특이한 혁신 시스템 중에 이른바 ‘지우잡’이라는 것이 있다. 지우잡이란 쓸데없는 업무를 직원 스스로 판단해 상사에게 보고한 후 상사가 이를 적절하다 판단하면 해당 업무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업무 보고를 위한 회의가 너무 많아 본 업무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 개선책을 제시해 회의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즉 불필요한 업무는 체지방, 필요한 업무는 근육량이라고 놓아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은 늘리는 이른바 기업의 ‘몸짱 만들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없애야 할 업무나 사업 분야를 정해 공표하는 것이 아닌 직원들 스스로가 복잡성이 내재된 부분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직구성원들의 저항을 최소화 하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한된 이해관계자만>
시급한 의사결정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검토해야 할 이해관계자 및 절차, 규정 등이 너무 많아 적절한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있는가? IT 리서치 업체 가트너 그룹에서 2010년 북미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나친 절차와 규정, 합의 등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78%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중요한 의사결정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한 응답자도 33%나 됐다.

물론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 사안에 있어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진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속하고 빠른 대응이 필요한 의사결정 사안인 경우에는 이처럼 모든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회사 노키아(NOKIA). 그간 노키아는 인트라넷을 통한 전사적 의견 공유를 그들의 자랑으로 삼았다. 사업적으로 중요한 변화•혁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를 인트라넷에 올리고, 전 사원의 의견 공유를 거쳐 최소 1개월에서 길게는 4~5개월까지 유보 기간 후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실제로 노키아는 모바일 운영체제인 ‘심비안’의 스마트폰 버전을 애플보다 일찍 개발해냈음에도, 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전사 토론 과정을 거치느라 출시가 늦어졌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이것은 노키아에게 위기로 작용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신제품 출시에서 경쟁사에 뒤쳐지기 시작했고, 결국 2010년 1분기 노키아의 휴대전화 판매 실적은 전 분기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아직도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0년 전 애플 시가총액의 14배에 달했던 노키아가 현재는 애플의 1/8 수준으로(노키아: 326억 달러, 애플: 2,458 달러. 시가총액 기준)줄어든 것을 생각한다면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기아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반면 최근 내수시장에서 현대와 역전극을 종종 벌이며 쭉쭉 달려나가는 기아자동차의 사례를 보자. 이들의 경쟁력은 단연 디자인으로 뽑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올해로 부임 4년 차를 맞은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가 있다. 짧은 시간에 기아를 디자인 기업의 자리로 끌어올린 그가 2010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해 이야기 한 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디자인을 묻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리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총 디자인 책임자로 기아자동차에 처음 부임했던 슈라이어는 처음 기획했던 디자인이 생산 책임자의 한 마디, 마케팅 책임자의 한 마디, 영업 책임자의 한 마디에 점점 본래의 기획 의도를 잃고 다른 일반 자동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디자인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 기아만의 색채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최종 디자인 확정 회의에 들어오는 참석자를 제한했다. 사전에 다양한 의견은 취합하되 최종 의사결정은 꼭 필요한 이해관계자 선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슈라이어는 이처럼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기아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결어
과도한 제품과 서비스의 수를 줄이고, 조직과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한다고 해서 복잡성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복잡성의 덫은 방심하는 사이 우리 기업을 또 다시 위협할 것이다. 조직구성원들과 복잡성의 위험에 대해 공감하고, 이 징후가 나타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라. 그리고 때로는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복잡성의 덫을 탈출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지유 IGM 연구원 jykim@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