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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에 조언한다 - 구매혁신 어떻게

LG전자
IBM 구매전문가 부사장으로 임명

= 지난 1월 LG전자는 IBM에서 20년간 구매 분야에서 일해 온 토머스 린턴을 부사장급인 최고구매책임자(CPO)로 임명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에서만 20여 년 일해 온 린턴 CPO는 LG전자의 글로벌 구매 전략 수립과 구매 프로세스 재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린턴 CPO는 구매혁신의 핵심 요소인 낭비 제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남 부회장 취임 이후 LG전자와 협력사들이 제안한 낭비 제거 방안은 30만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27만건이 실제 생산과 연구 마케팅 등 회사 각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상당수 국내 기업에서 구매부서는 아직 '한직'으로 취급받고 있다. 구매 기능이 이익을 낳는 중요한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센추어 조사에 따르면 기업 업무를 프로세스로 구분할 때 매출원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서가 구매부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는 구매담당 임원이 없는 사례가 많았다. 심지어 구매조직이 혁신을 통해 구매 비용을 줄여도 칭찬보다는 '왜 진작 비용을 줄이지 못했느냐'는 비난이 앞서기 일쑤다.

구매조직의 경쟁력을 키우는 출발점은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전환과 함께 핵심 인재를 구매부서에도 배치하는 것이다. LG전자 사례처럼 우수인재를 영입한 뒤 CEO가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게 구매 절감의 시작이다.

구매 관련 인재 육성과 관련해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이 바로 '카테고리 매니저'다. 카테고리 매니저는 특정 구매 카테고리에 대해 원가 절감과 안정적인 구매, 기술 전략 등을 책임지는 관리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재가 부족할 때 어느 부문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고, 어느 공급사를 우선적으로 활용할지를 결정하려면 사업 부문 간 의사 통일이 필요하다. 이때 카테고리 매니저가 나서 각 부문의 구매 요건을 수집해 사내의 소요량과 수급 상황, 가격과 기술 동향 등을 파악하면서 전사적인 관점에서 구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카테고리 매니저는 직무 책임이 큰 만큼 강력한 권한도 가질 필요가 있다. 수립한 전략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사업 부문의 구매 활동 전반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공급사를 선정하고 집중하는 데 제약을 받아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카테고리 매니저는 각 사업 부문에서 신뢰받는 인재여야 한다. 구매담당 부문의 인재를 선정해도 좋고, 핵심 부품 등 기술을 다루는 설계 부문에서 채용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담당 카테고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적절한 판단으로 공급사나 사내 각 부문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는 점이다.

한 명의 인재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게 어렵다면 구매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팀을 짜 위원회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종결정권을 쥔 책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구매 카테고리 전문가는 항상 기술 동향을 주시해 주요 부품의 진화 방향과 공급업체의 개별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 차원에서 최적이 되는 구매 카테고리 전략과 공급업체 선정 방침을 생각해야 한다.

구매 카테고리 전략은 해당 부품을 이용할 예정인 최종 제품의 로드맵이나 그 기초가 되는 부품 기술의 로드맵, 최신 기술 동향까지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항상 상품기획 부문이나 설계 부문 등과 공유하고 논의돼야 한다.

이지은 액센추어 SCM부문 부사장
구매품목 특성을 분기마다 분석하라

= 거래하는 공급사 수를 줄여 한 개 회사당 구매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물량 집중에 따른 원가 절감(Volume Discount)과 공급사 생산효율을 늘리는 것이 구매개혁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 부품 표준화와 단순화, 공용화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닌텐도 게임기에 들어가는 나사를 공급하는 업체는 공급 물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회사에서 필요한 나사 부품을 닌텐도 게임기와 동일한 규격으로 표준화시킬 경우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저비용 국가(Low Cost Country)로 눈을 돌려 글로벌 소싱도 할 수 있다.

다양한 구매 전략이 존재하지만 정작 이를 업무에 적용할 때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실행 자체가 곤란하다 등의 이유로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패 사례를 분석해 보면 구매 전략과 구매 대상인 원부자재 특성이 맞지 않거나 결정된 전략을 너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구매 품목(카테고리) 분석이다. 구매담당자 개인의 직관과 경험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ㆍ수지 등 원재료나 저항ㆍ콘덴서 같은 범용 전자 부품, LSI와 같은 주문형 반도체 등 서로 다른 구매 카테고리에는 카테고리마다 다른 분석이 사용돼야 한다.

카테고리 분석은 구매 부문뿐만 아니라 설계 생산 물류 등 각 부문에서 공유되고 활용돼야 한다.

또 최신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분기 혹은 반기마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공급시장이 변하듯이 카테고리 특성도 함께 변하기 때문이다.

선진 기업들은 변화하는 카테고리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직접재는 물론 간접재에 대해서도 분기마다 카테고리 분석 내용을 갱신하고 있다.

볼보ㆍ닛산 전사적 추진으로 흑자전환

= 국내 기업은 구매혁신을 구매 부문의 업무로만 맡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사적인 구매혁신을 위해서는 사내의 모든 업무를 함께 참여시켜 진행해야 한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닛산자동차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구매혁신이 단초가 됐다. 닛산자동차가 했던 것처럼 개별 공장과 개별 부문만 혁신할 것이 아니라 구매 설계 생산 물류 판매 등 여러 부문이 참가하는 다기능 협력팀을 만들어 전사 최적의 관점에서 대책을 검토하고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

또한 볼보그룹은 1999년 승용차 부문을 매각하고 2000년 들어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 개혁을 리드한 곳이 제품기획(planning) 개발(product development) 구매(purchasing)를 담당하는 '볼보 3P'라는 조직이었다.

이 조직은 8개 구매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경쟁력 있는 부품을 찾아 협상을 진행했다. 프랑스 미국에도 구매 전문가를 파견해 글로벌 팀을 만들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볼보는 2003년에 영업이익이 3억4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전사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사업 부문 간에 공통된 공급사를 놓고 집중적인 교섭이 가능하다. 또 공장 간 원부자재의 표준화와 공용화, 사업 간 동일한 공급사의 물류 재검토와 일원화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제조공장에서는 엄격한 적시생산방식(Just-in-Time)으로 인해 공급사가 부담하는 물류비가 원부자재 비용에 추가되는 사례가 있다. 이럴 경우 공급사와 공동으로 자사 공급망을 재검토해 전체 최적에 의한 물류 비용을 따져야 한다. 이를 통해 재고를 최대 한도로 줄여 그 성과를 공급사와 서로 나누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공동기획 = 액센추어

[이승훈 기자]

[ 출처 ] 매일경제 원문보기

나는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위의 기사에서 보면 "상당수 국내 기업에서 구매부서는 아직 '한직'으로 취급받고 있다"라는 기사내용이 있다. 참으로 의아하다. 내가 몸담았던 한 회사의 경우는 파워의 중심에 "구매'업무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매업무를 하면서도 한직이라는 생각보다는 막중한 책임과 부담감에 몸서리를 친 적도 몇 번 있었던으로 기억한다. 다반사인 업체로부터의 접대- 꿈꿀 수 없는 일이다. 자기 목을 자기가 쪼르는 격이 될까봐.

그리고 더욱더 운이 좋았다. '카테고리 매니저'라고 하는 개념을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적어도 나는 구매부분의 카테고리 매니저의 영역을 벗어나서 회사생산활동의 OPERATION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서 드물게 경험할 수 있는 '몰입'의 세계에 빠졌던 시기였다.